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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칼럼
event_available 17.11.15 09: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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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권형대리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이유

본문

장애아동을
한의 진료로 치료하는 한의사
,
조금은 생소한 이 일이 제 직업입니다. 제 자신이 장애를 가졌고, 어린 시절 한의 진료의 도움을 받아 지금과 같이 자립할 수 있었기에 장애 아동을 진료하는 한의사가 된 것은 당연하고 어찌 보면 그것은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


 



어렸을
, 제 별명은 ‘문어’였습니다. 한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경기를 일으킨 후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몸에 힘이 없던 저는 앉혀놓으면 마치 문어처럼 흐물흐물 넘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런 저를 업고 전국에 용하다는 병원은 모조리 쫓아 다니셨습니다
. 천운인지 어떤 할아버지 한의사를 만나 정성스럽게
치료를 받은 저는 연체동물에서 벗어나 어엿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이후
저는 부모님께 이런 성장 과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 저와 같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살았고 제 어머니와 같은 장애 어린이들의 어머니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 열심히 노력한 끝에 저는 한의사가 되었고 원하던 대로 장애 어린이들을 만나 치료하고 있습니다. 일천한 의술로 이 아이들을 전부 온전하게 고쳐내지는 못하지만 많은 장애 어린이들이 총명해지고 팔과 다리에 힘이 돋는 모습을 보면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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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진료를 받는 장애 어린이들의 장애 유형은 뇌병변장애
(뇌성마비증후군), 지적장애(다운증후군을 포함),
자폐성장애 등입니다. 침 맞기 싫다고 치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는 아이들,
치료를 받는 동안 발버둥을 치며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 마음도 함께 아픕니다. 그러나 이내 힘을 냅니다. 그것은 지금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지만, 눈물도 많이 흘리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장애 어린이들이 건강해지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의원에서
장애 어린이들을 진료하면 할수록 남모를 고민은 커져만 갑니다
. 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 장애의 특성이 그러하듯 치료 기간이 1
이상 장기일 수밖에 없는데 보통의 부모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유전
치료
(有錢治療) 무전 불치(無錢不治)



 



저는
의료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 모순을 깨기 위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합니다
. 진료비를 깎아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무상으로 봉사 진료를 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론 오래지 않아 서로에게
또 다른 상처만을 남길 뿐 궁극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



 



그동안
만난 모든 어린이들이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민이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 뇌병변 1급의
민이는 청각장애까지 동반된 복합장애 어린이입니다
. 더욱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민이의 쌍둥이 누나들도
모두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 한 가정의 세 자녀가 모두 장애를 가진 것입니다. 마음은 안타까우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매 순간 성심을 다하는 진료 뿐이었습니다.



 



내원
초기 두 돌이 되었음에도 목가누기도 불안정하고 앉혀놓으면 쓰러지기를 반복하던 민이
. 더군다나 청각장애로 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던
민이
. 그러나 정성의 결과였을까요? 앉고 기고 잡고서기를 반복하던 민이가
1년여의 치료를 통하여 혼자서고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세 자녀의 장애로
이미 마음의 문이 얼어버린 민이 엄마가 흥분되고 격앙된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로 민이가 걷는다고 합니다
. 지금 엄마와 함께 운동장을 힘껏 걷고 있다고 말씀을 전합니다.



 



민이에게
시술된 내용은 전통적인 한의학 치료법인 한약과 침
,
봉약침 그리고 수기(지압)치료였습니다.
선천적으로 약한 인체와 오장육부의 발달을 돕는 한약의 복용과 뇌의 발달을 돕는 두침치료, 신경세포의 생성과 활동성을 돕는 봉약침(정제된 봉독치료법)치료 그리고 전신의 기혈의 순환을 돕는 지압과 안마의 치료가 그것입니다.



 



물론, 모든 장애 어린이들이 민이처럼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 예컨대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폐성 장애나 중증의 뇌병변
장애는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정 정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이의 경우처럼
어리면 어릴수록
,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그 치료효과는 높으며 어머니의 열망과 의료진의 꾸준한 정성이
합해지면 장애 어린이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대부분의
임상 통계와 사례에서 보고되듯이 언어와 보행장애의 경우 아동기 보다 영유아기에 치료의 효과가 높습니다
. 조기 진단과 조기 진료가
보다 유효한 것은 한방 진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민이가 만일 영유아기에 제 때 치료받지 못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그 결과는 지금과 같지는 않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21세기 과학과 의학이 첨단으로 발달하는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자녀의 탄생의 기쁨보다 장애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한 발을 내딛는 것과 ‘엄마’라는 한 단어를 말하기가 천지개벽만큼이나 힘들어 아픔을 참아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재활치료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장애
어린이 가족이 존재합니다
.



장애 어린이를
가진 가정에 치료의 희망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제가 진료하는 이유입니다
.